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지난 호

특집2

신자유주의와 대학 구조조정

알렉스 캘리니코스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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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적 재화 생산이 비물질적 서비스 생산으로 바뀌었다.

● 부분적 결과로, 생산이 더욱 “지식 집약적”으로 바뀌고 있다. 즉, 상품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제조 기술 덕분에, 또 제품에 반영되고 제품 광고에 사용되는 아이디어 덕분에 판매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은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의 연구에 의존한다.

● 그러므로 기업과 국민 경제의 성공은 구축하는 데 몇 년, 몇십 년, 심지어 더 오래 걸리기도 하는 물리적 공장이나 설비가 아니라 “인적 자본”, 즉 노동인구의 기술과 지식과 상상력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이런 기술들을 사용해 세계 시장이 원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개인과 기업과 나라 전체의 번영이 가능하다.

이런 생각들은 특히 1990년대 말 이른바 “닷컴 열풍”의 시기에 유행했다. 미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 그리고 IT를 기반으로 한 “신경제”에 대한 장밋빛 낙관이 부추긴 주가 폭등 덕분에 세계 자본주의가 영원히 번영하리라는 생각이 힘을 얻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도 경제 위기의 타격을 입었는데도 지식경제를 향한 낙관은 지속됐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에 크게 주목받은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그는 2000년에 세계화의 “완전한 새 시대”가 열렸고, 새 시대의 “원동력은 개인들이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새로운 능력”인데, “우리를 모두 이웃사촌이 되게 한 국제적 광통신망과 소프트웨어(갖가지 새 응용프로그램들)” 덕분에 그럴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9

내가 이 글을 쓴 주된 목적은 레드비터나 프리드먼 같은 이데올로그들이 세계 자본주의를 장밋빛으로 묘사한 것을 비판하는 데 있지 않다. 그런 비판은 이미 다른 곳에서 했기 때문이다.10 그럼에도 지식경제론에 관해 몇 가지 지적할 필요는 있겠다. 우선, 서비스 전환론은 매우 조심해서 봐야 한다. 최근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중에는 예컨대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 같은 새로운 물질적 재화들이 있다.

둘째, 성공적인 경제들은 여전히 제조업 상품을 생산하고 수출해서 번창하는 경제인 경우가 흔하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가 독일에 관해 보도한 것을 보라. “서로 연결된 세계경제가 제공하는 기회를 독일보다 더 잘 활용한 선진 공업국은 없다. 흔히 화를 잘 내고 변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모험을 싫어한다고 평가되는 인구 8천만의 이 중간 규모 경제는 2003년에 미국을 추월한 이후 해마다 세계 최대의 상품 수출국 자리를 지켰다.”11 독일은 주로 복잡한 부품을 국제 생산 네트워크에 공급하는 지위를 잘 유지한 덕분에 잘 나가는 수출국이 될 수 있었다. 중국이 국제 생산 네트워크에서 완제품 조립자 구실을 하게 된 것과 꼭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수출을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고용 안정이나 번영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만성적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체 노동인구의 10퍼센트가 실업자다. 더 놀랍게도,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도 실업률이 증가하는 위기를 겪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시아개발은행 수석경제연구원 이프잘 알리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보도한다.

비교적 성장률이 높은 나라들에서조차 일자리 창출 속도가 느려서 이 지역의 전체 노동인구 17억 명 가운데 5억 명이 실업이나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2억 4천5백만 명이 추가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
홍콩·한국·싱가포르 등 신흥 공업국들에서 기술 수준과 임금 수준이 높은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된 반면, 다른 곳, 특히 남아시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비록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에서 빈곤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아시아인 19억 명 가량이 하루 생활비가 2달러도 안 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매우 적게 번다고 아시아개발은행은 전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중국과 인도와 러시아가 세계경제에 점점 더 깊숙이 통합됨으로 말미암아 “국제적으로 노동력 공급 과잉이 엄청났고” 이는 “흔히 이데올로기적 집착”을 동반한 기업들의 경쟁력 추구 때문에 “바닥을 향한 질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알리 씨는 “생존을 위해서는 수준 이하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실업자와 불안정 고용 근로자라는 수많은 ‘예비군’이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아시아의 성공은 조만간 퇴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이 계산한 것을 보면, 1980년대에는 중국 경제가 3퍼센트 성장하면 고용이 1퍼센트 늘었는데, 1990년대에는 고용을 1퍼센트 늘리려면 경제가 8퍼센트 성장해야 했다.
생산이 더 자본집약적이고 근로자들이 고용 계약상 근로조건도 괜찮고 더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공식 부문의 고용 증가율이 특히 실망스럽다.12

따라서 경제 상황이 좋을 때조차 자본주의 성공의 척도인 경쟁력·이윤율과 노동자·빈민의 복리 사이에는 필연적 연관이 없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숙련 노동자도 필요하지만,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 많은 불안정 고용 노동자, 약간의 불법 이주노동자에도 의존한다. 이 점은 남반구뿐 아니라 북반구의 부유한 경제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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