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지난 호

특집2

신자유주의와 대학 구조조정

알렉스 캘리니코스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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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논리는 중앙집권적 경영을 수반한다. 경쟁력이 없는 학과와 교원들을 퇴출하고 나머지에게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일은 민주적 논쟁과 의사 결정 과정으로는 쉽게 이룰 수 없다. 필요한 정책을 노동자들에게 강제한 대가로 상당한 보상을 받는 최고 경영진의 손에 권력이 집중돼야 한다. 영국 대학들에서 이런 과정은 꽤나 진척돼 있다.

영국의 대학에는 교수 간 협조 체제가 매우 강하다는 전통적 특징이 있다. 이는 대학을 학자들의 공동체로 여기던 중세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이를 그리워할 이유는 없다. 교수들이 집단으로 대학을 운영한다는 생각은 가장 특권적인 대학, 즉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가장 강하다. 거기가 학벌주의, 무사안일주의, 술주정도 가장 심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교수 간 협조 체제가 강하면 교수들의 업무 자율성도 상당히 크다.

이제 현실은 많이 바뀌었다.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으로 말미암아 교수들 사이의 권력이 재분배됐다. 분명한 엘리트 경영진이 나타나 새로운 정책들을 시행했다. 그들 중 일부는 원로 교수들이고, 나머지는 공공부문이나 사기업에서 스카우트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파워포인트 발표문은 난해한 경영학 용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것을 가볍게 무시하기는 힘들다. 이들이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물론 그 결정은 지적 가치가 아니라 수지타산을 바탕으로 내려진다.) 이런 패턴은 위계질서를 따라 내려가면서 재생산된다. 최고 경영진인 잉글랜드 고등교육재정지원위원회, 우수성보증국, 교육기술부Department for Education and Skill가 목표를 정해서 내려 보내면 관리자인 학과장이 실행에 옮기는 식이다.

이런 과정은 기업 운영하듯 대학을 운영하려는 정부 정책을 반영한다. 램버트 보고서는 대학 경영에 특별한 관심을 뒀다. “많은 대학들이 구조를 개편하고 각종 위원회의 권한을 학사·행정 관리자들에게 넘기고 있다. 그 결과 의사 결정이 신속해지고 경영이 활성화됐다. 다른 대학들도 이런 선례를 따르고 이 분야 최고의 실천에서 배워야 한다.” 램버트는 특히 부총장의 구실을 강조한다.

다른 누구보다 부총장의 비전과 경영 능력이 대학의 미래와 성공을 좌우한다. 이제 부총장의 구실은 매년 수억 파운드를 운용하는 CEO의 구실과 매우 비슷하다. 지속가능한 장기 전략과 재정 계획을 발전시키고 수행하는 과제에는 경영자다운 전략적 리더십이 상당히 필요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35

물론 이는 토니 블레어가 거듭거듭 말하고, 더 광범하게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같은 억만장자를 영웅으로 만드는 데 이용되는 “리더십” 이데올로기다. 그러므로 부총장들의 으스대는 태도(와 어마어마한 봉급)는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허영심과 탐욕 탓이 아니다. 그것은 더 광범한 신자유주의 논리를 반영한다. 부총장이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는 CEO라면, 응당 CEO처럼 대접받아야 하고 급여도 CEO만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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