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지난 호

특집2

신자유주의와 대학 구조조정

알렉스 캘리니코스 5 29
81 14 12
13/28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대학의 교육과정이 점점 더 모듈화[7]하면서 강의의 우선순위는 더욱 낮아졌다. 모듈화 때문에 교육과정이 획일화·세분화하고 과정 간 이동이 쉬워져서, 좋게 보면 학생들은 자신의 학부 과정을 마음대로 고르고 혼합해서 편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런 변화의 주요 피해자다. 이런 변화 탓에 최악의 경우에는 학부에서 하는 학업의 학문적 일관성이 심각하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세부터 이어져 온 3분기제가[8] 미국처럼 15주짜리 한 학기제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입는 피해는 더 커졌다. 이런 학기제에서는 학생들의 실제 수업 시간이 줄어들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또 다른 함의는 “연구 대학”이 되지 못하는 데 따르는 대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연구비를 필요한 만큼 받지 못하는 대학은 상대적 경쟁력이 더 떨어지기 마련이다. 초기의 추세나 약점이 결국은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즉, 신입생이 줄어들고,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교원들은 사기 저하하고, 결국에는 “강의 전문”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 경영진은 자기 대학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고자 한다. 몇 년 전에 나는 원로 교수들의 모임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총리 고문이 영국은 미국의 최고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세계 정상급” 대학 6곳만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얘기는 “연구 중심” 대학 19곳의 모임인 러셀 그룹의 대학 부총장들을 살 떨리게 하는데, 각 대학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망 때문에 고등교육에 경쟁 논리가 더 깊숙이 침투하게 된다.

경쟁 논리는 다른 영역에서도 작동한다. 해외 유학생들(유럽연합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생)이 내는 고액의 수업료를 보면 대학들이 왜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지를 알 수 있다. 해외 유학생들의 수업료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의 핵심 수입원이다. 2004~05년 영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은 21만 7천 명이었는데, 대다수는 중국(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인도, 말레이시아, 홍콩 출신이었다.33 런던정경대학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과 아시아아프리카학대학SOAS,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이 전체 수입의 3분의 1을 해외 유학생 수업료로 충당하는 상황은 이례적이지만, 연구비를 많이 받지 못하는 많은 신설 대학들도 해외 학생을 유치하는 데 그동안 매우 적극적이었다.34 그런데 영국 대학들은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서 다른 나라, 특히 영어 사용국인 미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의 대학들과 국제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의 대학들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힘에 크게 의존한다. 예컨대, 정부의 비자 정책 변화(2001년 9월 11일 뒤에 주요 문제가 됐다), 국제적 경제 위기(예를 들어, 1990년대 말 동아시아를 강타한 위기), 해외 유학생의 주요 공급국인 중국 같은 나라들의 더 탄탄한 대학 체계 구축 등이 그렇다. 대학들이 국제 유학생 시장에 의존할수록 시장 변동에 더욱 취약해진다.

닫기
x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