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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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재파병과 지방재건팀의 정치경제학

김어진 3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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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점령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은 기업 부패의 복마전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로 공사 등 재건 사업을 여러 기업에 발주한 USAID와 세계은행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생활 편익 증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로 시공 프로젝트를 따낸 미국의 루이스 버거 그룹은 이라크에서도 재건 자금만 챙기고 도망간 전력이 있다.14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부패는 이라크에서도 심각했다. 이라크에서 미국 기업들은 노동자와 시멘트 등을 들여오는 데 원래 가격보다 10곱절 많은 비용을 들였다. 미국 기업 파슨스는 의료 시설 1백42개를 짓는다며 1억 8천6백만 달러를 받았지만, 실제로 완공한 시설은 달랑 6개뿐이었다.15

아프가니스탄 내부에서도 부패의 촉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어 재건 지원금은 공중에서 사라지기 일쑤다. 새로운 정부에서 자리를 차지한 특권층들이 외국 원조의 상당 부분을 착복했다. 국제축구연맹과 아시아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등이 해마다 아프가니스탄 축구 대표단에게 지원금을 보내지만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16

무엇보다 재건 지원이 군사적 목적에 종속돼 있는 구조야말로 인도주의적 재건이 무망한 핵심 요인이다. 실제 2001년 이후 모든 공여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제공한 실질 원조액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쓴 돈의 7퍼센트에 불과하다.17 개발 원조에 쓴다던 공여액은 주로 군사적 목적에 쓰인다. 지방재건팀이 도로 포장 공사를 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로매설폭탄IED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태어나서부터 당나귀를 타고 다니거나 걸어 다녀서 이렇게 좋은 도로가 없어도 잘 살았다. 차를 몰 만한 부자는 파르완에서 아주 소수다” 하고 말한다.18 한국 정부가 보내는 물품과 장비는 대부분 경찰 치안 업무에 쓰였다. 2009년에는 구급차 1백 대, 경찰 순찰용 오토바이 3백 대 등 5백만 달러어치 장비를 지원했다.

2002년부터 한국 공병 부대와 의료 부대는 바그람 미군 기지에 주둔했다. 한국군은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아니라 미군과 다국적군을 위한 임무를 수행했다. 파병 한국군의 재건 지원 업무는 “비행장 활주로 및 기지 … 보수, 건물 신축 및 토목공사, 전기 공사와 주둔지 벙커 작업 … 위험이 상존한 지역에서 생존성 보장을 위해 자체 벙커 제작,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동타격대 운용, 격주 1회 부대 방호 훈련”이었다.19

한국군이 아프가니스탄 주민 수만 명에게 지속적으로 의료 행위를 했다고 홍보하는 것조차 과장된 거짓이다. 파병 목적상 동의부대의 진료 대상은 다국적군이었다. 그래서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 사업에 참가한 코너 폴리는 “2004년 이후 모든 인도주의적 사업이 대 게릴라전의 일부가 됐다”고 회고했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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