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지난 호

쟁점:운동 내 이슈들

오늘날의 학생운동

정병호 2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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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압도적 지지는 오늘날 학생들의 처지 변화를 반영한다. 초창기 대학이 지배계급과 상층 중간계급 자녀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오늘날 대학이 팽창하면서 이제 노동계급 자녀들도 상당수가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또,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학생이 노동계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7] 노동계급과 연대할 가능성은 전보다 더 높아졌다. 예컨대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 것뿐 아니라 노동계급 가계 소득 공격과 관계 있는 등록금 문제가 올해 학생 투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도 학생들의 투쟁과 노동계급 투쟁이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 것을 단지 학생들의 처지 변화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대학이 정의를 가르친다는 통념을 의문시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고려대의 교훈은 ‘자유·정의·진리’인데 학생총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청소노동자에 대한 학교 당국의 열악한 대우와 등록금 인상을 두고 ‘이것이 정의를 가르친다는 대학에서 할 짓인가?’ 하고 말했다. 대학이 표방하는 가치관이 허울뿐임에 대한 분노가 잘 드러난다.

이렇듯 사회 전반의 이데올로기 위기는 학생들에게 지적 혼란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학생들의 갑작스런 투쟁을 촉발하기도 한다. 크리스 하먼은 1968년 학생 반란을 분석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사회 안에 존재하는 이데올로기 혼란의 요소들은 대개 학생 사회에서 증폭돼 나타난다. 학생 전체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고 사회로 진출한 후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파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이데올로기가 그들이 경험한 현실과 확연하게 동떨어져 있다면, 그들 자신이 지적 혼란에 빠지고 도덕적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다.[8]

요컨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고통 증가, 최근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말미암은 불만 증대와 투쟁 압력 심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위기 심화, 촛불 항쟁을 통해 급진화 세례를 받은 학생들의 입학이라는 조건들이 서로 맞물려 올해 학생들의 투쟁이 활발해진 것이다.

올해 등록금 투쟁이 보여 준 것

올해 대학생 투쟁은 등록금 투쟁이 두드러졌다. 이는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노동계급과 서민들의 가정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과 관계가 있다. 등록금 인상은 단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대학에 노동계급 자녀들도 많이 입학하면서, 등록금 인상은 무엇보다 노동계급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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