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지난 호

쟁점:운동 내 이슈들

오늘날의 학생운동

정병호 2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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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 저변의 급진화 분위기는 학생 사회 내에서도 변화를 불러왔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배신으로 말미암아 진보와 개혁에 대한 냉소와 환멸이 횡행하던 2005~07년까지는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우파 후보들이 등장해 종종 당선하거나 당선하지 못하더라도 좌파 후보들에게 공세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선거의 이데올로기적 지형을 오른쪽으로 견인하곤 했다. 그런데 촛불 항쟁과 경제 위기 이후 이런 분위기가 변했다. 운동권 후보의 당선이 늘어났고, 비운동권 후보들 중에도 노골적으로 우파적인 후보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학생회가 대학 내 쟁점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보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물가 인상과 대학 청소노동자 투쟁

이런 정치적 급진화 분위기에 2008년 금융 위기를 진정시키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물가 인상 압력이 결합되면서 올해 들어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투쟁을 자극했다. 전통적으로 물가 인상은 노동계급 투쟁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고,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런 투쟁은 혁명적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올해 초 아랍 혁명은 식료품 가격 인상을 배경으로 분출했다. 혁명적 투쟁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1991년 5월 투쟁도 물가 인상과 전세값 폭등을 배경으로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식료품 가격과 공공요금이 빠른 속도로 올랐는데, 올해는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노동계급 가계는 앉은 자리에서 소득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노동자들은 가계 소득을 보전하고자 임금 인상 투쟁에 나서기 쉽다. 특히 물가 인상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노동자들은 소득 수준이 낮은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되는 1백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던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먼저 투쟁에 나섰던 것이다. 지난해 말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학교 당국의 악랄한 탄압 속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이 한껏 올라갔다. 그래서 그 바통을 이어 받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동국대·고려대·이화여대·연세대 노동자들이 투쟁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청소노동자 투쟁에 엄청난 지지를 보냈다. 세 대학(고려대·이화여대·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공동 파업을 벌일 때, 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파업 지지 서명을 했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이토록 많은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한 것은 최근에 유례가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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