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지난 호

쟁점:운동 내 이슈들

오늘날의 학생운동

정병호 2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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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학생회 조직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거나 심지어 유일하게 의미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이번 등록금 투쟁에서도 주류 NL 계열 학생회 활동가들이 보인 “학생회라는 조직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는” 태도는 투쟁에 큰 난관을 가져왔다. “그들은 비상학생총회라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학생회라는 대의 제도의 순전한 보조물로만 여겼다. 그래서 언제나 논의를 중앙운영위원회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틀 안에만 한정지으려 애썼[다.]”[18] 심지어 중앙운영위원회가 등록금 투쟁에 열의가 없고 심지어 반대할 때조차 그랬다.

최일붕은 학생들의 불만과 분노가 비상학생총회 소집권 인정이나 총회 성사, 점거 발의 등의 형식으로 표출됐을 때 학생회들이 보인 동요와 좌충우돌이 “학생회가 운동 단체의 성격과 복지 제공자(봉사자)의 성격을 다 갖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고 지적한다.

이 두 가지 성격 중 복지 제공자의 성격이 학생회의 어젠다나 대중의 인식에서나 모두 학생회의 대표성을 압도하기 쉽다. 가령 학외 민중 투쟁 지지가 중요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학내 투쟁이 당면하고 중요한 때조차 학생회는 축제 등 학내 행사 조직에 더 신경쓰는 게 한 사례다.
만약 학생회 집행부가 자신을 주로 봉사/복지 제공자로 여긴다면 그 기구는 학교 당국에 맞서 학생들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복지를 제공받기 위해 학교 당국의 파트너 구실을 하고 싶어 하게 될 것이다.[19]

요컨대 학생운동을 학생회 운동으로 환원하지 말아야 한다. 최일붕이 강조하듯이 학생 좌파들은 “학생회 안팎 모두에서 조직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교육투쟁이나 노학연대 등 학생운동이 단결해 싸워야 할 과제들을 둘러싼 투쟁기구를 학생회와 별도로 건설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런 기구에 투쟁하려는 학생회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 기구는 학생회 공식 기구의 결정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투쟁을 이끌면서 거꾸로 학생회들이 공동 투쟁기구의 결정을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등록금을 대폭 인상한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에 항의하고자 학생 5만 명이 보수당사를 점거했을 때, 영국의 공식 학생회 조직인 전국학생연합NUS은 점거에 반대했다. 그러나 전국학생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좌파 활동가들이 학생회 공식 기구에 연연하지 않고 지난해 초부터 조직했던 교육활동가네트워크EAN가 주도해 보수당사 점거 투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20] 만약 당시 학생들이 정치적·조직적 대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런 전투적 투쟁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맺으며

이런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또 다른 종류의 조직이 필요하다. 노동계급 투쟁과 학생 투쟁의 최상의 경험들을 일반화한 이론을 갖추고, 현재 계급 세력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계급투쟁의 전반적 밑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개별 투쟁에 적용하면서 전체 계급 투쟁이 전진하도록 애쓰는 변혁적 정치 조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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