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9호 2019년 1~4월호)

지난 호

쟁점:운동 내 이슈들

오늘날의 학생운동

정병호 2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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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학생들이 노동계급과 달리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생산관계에 얽매여 있지 않으므로 투쟁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분출할 수 있고, 학생들은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게 조직할 수 있다. 그래서 일상적 시기에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사상을 중심으로 소수의 사회주의자들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학생들이 더는 1980년대나 1990년대 초반과 같이 ‘엘리트 집단’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더는 정치투쟁 중심이 아니라 학생들 자신이 직접 고통을 겪고 있는 쟁점인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4] 물론 학생운동이 그런 쟁점을 다뤄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학생운동의 성격을 일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여전히 학생들은 기성 체제의 불의에 맞서 정치투쟁에 앞장서 나설 수 있고, 이런 투쟁은 노동자 투쟁의 도화선 구실을 할 수 있다. 또, 급진 사상을 중심으로 소수가 조직될 수 있고, 그 소수가 학생 투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물론 다수의 학생들은 일상적 시기에 대개 정치적 무관심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이 자본주의 대학에서 겪는 소외라는 현실 때문이다.[15]

학생들은 노동시장 상태나 시험 성적처럼 예측하기 힘든 것들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 시험 제도는 학생들을 응집력 있는 집단으로 단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자화시킨다. 학생 각자의 운명은 다른 학생들과 분리된 채 개개인의 시험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그들은 억압받는 집단이다. …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캠퍼스의 고립된 삶 때문에 더 심화된다. 학과 과정이 중·고등학교보다는 덜 엄격하지만, 학과 내용이나 보직교수 임명, 등록금 수준, 기타 여러 가지에 대한 결정권은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16]

학생들은 단결해서 싸울 잠재력 덕분에 소외를 극복할 힘이 있는 노동계급과 달리 그들 자신의 힘만으로는 대학과 자신의 미래를 집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소외라는 현실에 놓인 학생들은 대부분 무기력감을 느끼고 수동성과 현실도피적 행태들(음주나 컴퓨터 게임, 마약 문화 등)을 보인다.

그러나 학생운동 내 일부 급진좌파 단체들처럼 대학생들이 대학의 신자유주의화로 말미암아 보수화했다며 학생 투쟁의 잠재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17] 학생 사회주의자들은 일상적 시기에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 다수의 학생들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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